여가 및 일상

교양과 지식, 매너를 위한 場 시리즈(2): 부유층이 교양과 매너와 지식으로 무장이 되어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것은?

leejw162 2025. 6. 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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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혹은 재벌 2세)이 교양과 매너와 지식으로 무장이 되어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것은?

사진 출처: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사립과 공립을 교사로 두루 거친 본인의 체증담입니다.

교사도 품격이 출신별로 천차만별입니다.

교사라고 다 같은 교사가 아닙니다.

교사 가운데 '왜 이 사람이 불편하게시리 교사를 계속 하지?'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자주 느낀 것을 확대해서 작문해 보았습니다.

필요한 분은 참조를 해주면 좋을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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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 한마디로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단정한 복장, 낮은 목소리, 정확한 문장.
처음에는 그저 예의 바르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걸 잘하고 있었다.

와인을 고를 때,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로 발음을 구사(驅使)했고,
누군가 미술 이야기를 꺼내자 조용히 작가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했다.
말끝을 흐리지 않고, 상대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논리와 유머 사이에서 능란하게 중심을 잡았다.
그는 모자람이 없었고, 그게 문제였다.

나는 그의 옆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의식했다.
내 옷차림은 무난했지만, 왠지 밋밋했고
내 말투는 친절했지만, 어딘가 덜 정돈되어 있었으며
내 지식은 충분했지만, 그의 대화에선 한 걸음 뒤처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교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매너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지식은 노력의 결과다.”
그 말들은 맞지만, 동시에 이상적으로 들린다.
누군가는 어릴 적부터 그 모든 것 안에서 자라왔고,
누군가는 삶의 생존만으로도 벅찼다.

부산의 부유층 준(準) 재벌 2세인 그(녀)가 잘난 건 당연할 수도 있다.
좋은 교육, 풍부한 문화 자본, 실패를 흡수할 수 있는 안전망.
그는 배운 만큼 말했고, 배려한 만큼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좋음’은 어느 순간부터 거리감이 되었다.
그의 교양은 나를 계몽하지 않았고,
그의 매너는 나를 편안하게 하지 않았으며,
그의 지식은 나를 배우게 하기보단 조용히 밀어냈다.

그는 노력하지 않았을까? 물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은 이미 좋은 출발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그를 질투한 건 아니다.
다만, 그의 자연스러움 앞에서 나의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워졌을 뿐이다.

그는 나를 무시하지 않았지만, 나도 존중받았다고 느끼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게 말하지 않아도 “차이”를 가르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그가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말 품위 있는 사람은 상대가 자기 앞에서 작아지지 않도록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그렇게 완벽하게 잘나 있는 것보다,
조금 모자란 척, 조금 틈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더 인간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나는 그날 이후,
조금은 덜 매끄러워도, 조금은 부족해 보여도,
사람을 편하게 하는 지성, 긴장을 풀게 하는 매너,
자기만 아는 지식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지식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 이런 경우 남의 도움이 어떻게든 필요한 자라나는 어러 모로 성장의 시기에는 다소 약간 해당이 되는 편이기도 하지만, 노년의 나이로 고희(古稀,70)가 지났거나 성장의 시기라도 남과 거리가 필요한 경우 등 홀로서기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경우나 정신적 자유로 들어서면 상대방의 태도가 어떻들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질 않습니다. 오히려 그게 서로서로 맘이 편할 수도 있죠.)

당시 부실한 나 자신의 정신적 보호를 위하여 내 길을 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급적 대화의 은유를 내가 얼마든지 빌려 쓰자면, 상류층의 화법을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듯이 걸칠 수는 있겠지만 계급적 성취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철학적으로 아주 정확히 말하면 상류층의 화법은 권력에 대한 것이지, 지적이거나 교양 있는 혹은 다정한 스타일과 반드시 연관된 것은 아닌 것이 나를 더 황당하게 슬프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목에서 나는 항시 정치의 계급적 철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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