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정치철학과 ‘국가 번성의 조건’으로서의 포용적 제도
<본인은 변방의 무명 철학도로서 너무나 무력하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대한민국의 자유는 물론이고 우리 유라시아 전체의 자유를 위하여 꿈꾸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 다소 난해하지만 본글을 탑재하오니 혹시 필요한 분이 계셔서 일독을 해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 유라시아는 인류의 역사의 오랜 중심지이긴 하나 아직도 자유와 민주와 공화국의 참모습이 뭔지 전혀 모르는 나라와 국민들이 태반 이상입니다. 동서유럽을 가르는 다뉴브 강을 중심으로 하여 동유럽과 러시아, 중동, 그리고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공, 북한 등등의 주민들은 여전히 중세적 마인드로 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증빙은 여러분들이 유라시아의 지도를 펼쳐놓고 자세히 나라별로 살펴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그런 나라들을 자유대한민국과 동격으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우리의 착각입니다. 이에 대하여 국가번성의 조건으로서의 포용적 제도에 대하여 논설하였사오니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국가의 흥망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경제의 규모나 천연자원의 유무,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 국가가 어떠한 제도(institutions) 위에 세워졌느냐에 있다.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제시한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는 바로 그 국가 번영의 핵심 조건이다. 흥미롭게도 이 개념은 현대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강조해 온 개인의 자유, 권리, 참여, 정의로운 제도 설계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이 글에서는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핵심 원리를 바탕으로 포용적 제도의 개념을 해석하고, 그것이 어떻게 국가 번성의 조건이 되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1. 자유주의 정치철학: 인간의 존엄과 자율성 위에 세운 정치 질서
자유주의는 인간을 자율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인간은 이성적 판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며, 국가의 정당성은 그러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 로크(John Locke)는 생명, 자유, 재산의 보호를 정부의 본질적 기능으로 보았고, 칸트(Immanuel Kant)는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할 것을 윤리의 중심 원리로 삼았다. 현대에 와서 존 롤스(John Rawls)는 공정한 기회의 원칙과 자유의 평등한 보장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이론화했다.
이 자유주의 전통은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어떻게 해야 모든 개인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마련할 수 있는가?” 바로 그 해답 중 하나가 ‘포용적 제도’라는 개념에 담겨 있다.
2. 포용적 제도: 자유주의의 제도적 구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제시된 포용적 제도는 단지 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 누구나 정치와 경제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자유주의 정치철학에서 강조하는 ‘형식적·실질적 자유’를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다.
포용적 경제 제도는 사유재산권 보호, 공정한 경쟁 시장, 기회의 평등 같은 요소를 포함하며, 이는 로크의 자유권이나 롤스의 기회균등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포용적 정치 제도는 다수의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민주주의, 법치, 권력분립과 같은 자유주의적 가치의 제도적 기반이다.
반대로, 착취적(extractive) 제도는 소수의 엘리트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구조로, 자유주의가 경계해 온 ‘자의적 권력의 행사’, ‘시민의 권리 박탈’과 정확히 대치된다. 따라서 포용적 제도는 자유주의의 규범적 이상을 제도 설계와 운영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3. 제도가 국가 번성에 미치는 영향: 권력 분산과 자유의 확대
국가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제도적 구조가 필요하다. 포용적 제도는 다음의 이유로 국가 번영의 핵심 조건이 된다.
첫째, 권력의 분산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핵심이며, 동시에 포용적 정치제도의 본질이다. 분산된 권력은 권위주의적 억압을 막고,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보호한다.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합당한 다원주의”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의미한다.
둘째, 포용적 제도는 시민의 참여와 책임을 강조한다. 자율적인 개인은 제도에 의해 보호될 뿐 아니라, 제도 형성과 유지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유주의적 시민 개념과 일치하며, ‘자유의 행위적 차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다.
셋째, 포용적 제도는 혁신과 생산성을 유도한다. 누구나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유주의의 가치에서 비롯된다.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은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제적 성장의 폭을 넓힌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이 산업혁명의 성공 요인을 포용적 제도로 설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4. 자유주의와 포용적 제도의 상호보완성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이상이며, 포용적 제도는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장치다. 자유주의가 제도 없이 공허한 이상에 머무를 수 있는 반면, 포용적 제도는 그러한 이상을 일상적인 정치와 경제의 현실 속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든다. 동시에, 포용적 제도는 자유주의가 방임주의나 형식적 자유에 머무르지 않도록 보완하는 비판적 거울이기도 하다. 제도가 포용성을 잃으면 자유는 형식에 그치고, 권리는 불평등하게 작동하며, 국가는 점차 실패로 향하게 된다.
결론: 제도의 자유, 자유의 제도
자유는 자연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일정한 제도적 조건 속에서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그려온 이상 사회는 단지 개인의 자유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제도 설계를 요구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말하는 포용적 제도는, 자유를 위한 조건이자, 국가가 번영하기 위한 기반이다. 자유주의와 포용적 제도는 별개의 담론이 아니다. 그것들은 함께 작동하며, 함께 진화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시민의 지속적인 참여, 감시, 교육, 연대 속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오늘날 자유가 위협받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금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자유로운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의 제도는 그 자유를 지켜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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