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랑드롱의 미소, 은막을 물들이다 – 《살며시 안아주세요》(1957)
세상에 어떤 얼굴은, 처음 보는 순간 그저 잊히지 않는다.
알랭 들롱의 얼굴이 바로 그랬다. 1957년, 아직 세계는 여전히 그를 모른다. 하지만 영화 《살며시 안아주세요》 속 그의 등장 장면은, 마치 은막 위에 첫 눈처럼 내려앉았다. 그의 두번 째 출연작품이다. 역할명은 '루루(Loulou)'이다.
《살며시 안아주세요》(원제: Faibles femmes)는 다소 가볍고 명랑한 로맨틱 코미디다. 네 명의 여인들이 각자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줄거리는 특별할 것이 없고, 등장인물들은 전형적인 당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알랭 들롱'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영화 역사 속에 새겨졌다는 점이다.
그는 아직 말도 서툴고, 연기에도 어색함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미숙함을 무너뜨리는 건, 단 하나의 절대적인 무기 — 존재감이다. 청춘의 날것 같은 눈빛, 수줍은 듯 뿌려지는 미소, 그리고 무심한 손끝의 제스처. 모든 것이 계산된 연기가 아닌, 그 자체로 빛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 안에서, 곧 *“태양은 외로움을 사랑한다”*는 말이 어울릴 법한 남자의 그림자를 예감하게 된다.
이 영화는 들롱의 궤적에서 시작점에 불과하지만, 그 시작이 너무도 명확하다. 그는 비록 이야기의 중심은 아닐지라도, 시선을 빼앗아 가는 힘이 있었다. 그가 지나가는 장면마다 영화는 무게중심을 잃고 그에게 기울었고, 관객의 마음은 자연스레 따라갔다.
《살며시 안아주세요》는 프랑스 1950년대의 감성을 담은 작은 유쾌한 그림엽서 같다. 파리의 거리,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성들, 그리고 그들을 에워싼 장난기 가득한 연애담. 그 속에서 알랭 들롱은 파란 봉투 속의 첫 러브레터처럼 등장한다. 아직은 아무 말도 적히지 않았지만, 설렘만은 선명하다.
이 영화는 위대한 작품이라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위대한 배우가 태어난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이에게, 이 영화는 그 무엇보다 귀한 한 장면을 제공한다. 스크린 너머, 이제 막 눈을 뜬 별 하나가 조용히 빛나기 시작한다. 그 별의 이름은, 알랭 드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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