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세계(2): Edgar Degas의 Miss La La

Edgar Degas의 Miss La La

Edgar Degas(에드가 드가, 1834–1917)

<인생의 슬픈 모습 하나를 담담히 그린 캔버스 유화 하나>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Miss La La at the Cirque Fernando》(1879)은 19세기 후반 파리의 서커스 문화를 생생하게 담아낸 인상주의 회화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드가가 서커스를 주제로 한 유일한 회화로, 당시 파리 몽마르트르에 위치한 Cirque Fernando에서 공연하던 혼혈 여성 곡예사 미스 라 라(Miss La La)의 아찔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미스 라 라(Miss La La)는 본명 안나 올가 알버티나 브라운(Anna Olga Albertina Brown)으로, 1858년 프로이센 슈체친(현재 폴란드)에서 아프리카계 아버지와 유럽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철턱(Iron Jaw)' 곡예로 유명했으며, 이 곡예는 이빨로 로프를 물고 공중에 매달리는 고난이도의 묘기였습니다. 드가는 1879년 1월, Cirque Fernando를 여러 차례 방문하여 그녀의 공연을 관찰하고 수십 점의 스케치를 남겼습니다. 그는 미스 라 라를 자신의 스튜디오로 초대하여 로프와 같은 소품을 활용해 포즈를 재현하게 하며, 작품의 구도를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

 

이 작품은 독특한 시점과 구도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드가는 관객석에서 올려다보는 시점을 채택하여, 미스 라 라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배경의 건축 구조는 수직과 대각선의 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인물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색채는 주로 채도가 낮은 오렌지와 녹색, 다양한 회색 톤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인물과 배경을 조화롭게 통합시킵니다. ​

 

이 작품은 드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인종적으로 식별 가능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회화로, 미스 라 라의 혼혈 정체성과 공연 예술가로서의 위치를 조명합니다. 드가는 초기 스케치에서 그녀의 피부색을 어둡게 표현했으나, 최종 작품에서는 피부색을 밝게 조정하고 얼굴을 측면으로 처리하여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당시 유럽 사회에서의 인종적 편견과 예술가의 시선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며, 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드가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

 

《Miss La La at the Cirque Fernando》는 1879년 파리에서 열린 제4회 인상주의 전시에 출품되었으며, 현재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2024년, 내셔널 갤러리는 이 작품을 중심으로 한 특별 전시 'Discover Degas & Miss La La'를 개최하여, 드가의 스케치와 미스 라 라의 생애를 조명하는 다양한 자료를 선보였습니다. ​

 

이 작품은 단순한 서커스 장면을 넘어, 19세기 말 유럽 사회의 인종, 젠더, 계급 등의 복합적인 이슈를 담아낸 예술적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드가는 미스 라 라의 공연을 통해 당시 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의 모습을 포착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