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및 교육

칸트의 도덕철학강단에서의 ‘돈이 인간인 한 개인을 가장 자유롭고 평등하게 한다’는 말의 도덕적 의미는?

leejw162 2025. 6. 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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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도덕철학강단에서의 ‘돈이 인간인 한 개인을 가장 자유롭고 평등하게 한다’는 말의 도덕적 의미는?

사진제공: 베를린리포트

 

<편집자 註: 칸트는 종종 솔직한 심정에서 도덕철학을 자주 논하기도 하였다. 돈이 인간인 한 개인을 가장 영예롭게 만들어 준다는 의미 외에도 결혼 배우자로는 미적인 외모보다는 지참금이 많은 분을 만나 평생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보다 나는 길이라고도 하였고, 나라 간에도 전쟁을 없게 하려면 서로 무역을 자주하여 돈을 많이 벌게 하는 것이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도 하였다. 하여튼 매우 솔직한 철인이었다.>

프러시아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1724~1804)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철학의 중심에 놓은 사상가다. 그는 인간을 “목적으로서 대우받아야 할 존재”로 규정하였고, 도덕이란 외적 강제가 아닌 내면의 이성에 따른 자율적 법칙의 수용이라고 보았다. 그런 칸트가 “돈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든다”라고 언급했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말은 칸트의 도덕철학적 틀 속에서 해석될 때 그 진정한 함의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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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칸트에게 있어 인간의 **‘자유’(Freiheit)**란 단순한 방종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에 의해 스스로를 규율하는 자율성(Autonomie)이다. 인간은 도덕법칙에 복종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아니라 자기 이성에 따른 판단이다. 이 점에서 돈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실질화하는 수단이 된다. 돈이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만의 목적을 선택하고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 자원이다. 어떤 가난한 사람도 의지는 자유로울 수 있으나, 그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은 돈에 의해 제한된다. 그렇기에 칸트가 말한 자유는 돈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를 띨 수 있다.

 

또한 칸트는 **‘평등’(Gleichheit)**을 형식적 차원을 넘어선 도덕적 관계의 기초로 본다. 인간은 모두 이성을 가진 존재이며, 그러므로 도덕법칙 앞에서 평등하다. 그런데 실제 세계에서 인간들은 빈부, 신분, 출신 등 다양한 불평등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돈, 특히 시장에서의 화폐는 사람을 신분이 아닌 구매력의 단위로 대한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동등한 가격을 지불하면 동일한 물건을 가질 수 있다. 화폐는 사회적 신분이 아닌 경제적 가치에 따라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최소한 시장 안에서는 형식적 평등이 실현된다. 칸트의 철학은 인간의 형식적 존엄을 중시했기에, 돈이 이런 평등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이 돈에 대한 비철학적 찬양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칸트의 도덕철학은 언제나 **‘정언명령’(kategorischer Imperativ)**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는 “네 행위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법칙이 되도록 행위하라”는 요구이다. 만약 돈이 인간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칸트의 도덕철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돈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인간을 거래의 도구로 만드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즉, 돈이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중하게 하는 방향에서 사용될 때만이, 칸트의 말은 진정성을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칸트의 말은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 있다. 돈은 인간의 자율성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이자,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식적 평등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지만, 도덕적 자율성과 인간 존엄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만 그 가치를 갖는다.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며, 인간은 언제나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는 칸트의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칸트가 말한 "돈이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한다"는 언표는, 돈 그 자체보다도 돈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자율적 선택의 가능성과 평등한 권리의 실현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질서 속에서만 진정한 의미를 가지며, 그 질서는 반드시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는 윤리적 전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돈은 자유와 평등의 도구일 뿐, 그것의 주인이 되어야 할 존재는 바로 인간 자신이다. 칸트의 말은 인간이 도덕적 존재로서 경제적 수단을 통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평등에 도달할 수 있다는 철학적 경고이자,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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