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저녁, 나는 창가에 앉아 오래된 습관 하나를 떠올린다.젊은 시절에는 이유도 없이 걷곤 했다. 목적도 없이 골목을 지나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발을 옮기던 그 시절. 지금의 나는 여전히 같은 도시 안에 살고 있으되, 더 이상 그렇게 걷지 않는다. 몸은 남아 있으나, 그때의 나는 이미 사라진 듯하다.나는 이 미묘한 상실을, 문득 ‘행동의 죽음’이라 부르게 된다.자연을 보면, 한 종이 멸종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조용하다.갑작스러운 종말이 아니라, 먼저 그들이 살아가던 방식이 사라진다.사냥하던 법을 잊고, 길을 찾던 감각을 잃고, 서로를 부르던 소리를 잃는다. 범고래는 바다의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기억의 동물이다.그들은 단순히 먹이를 쫓지 않는다.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사냥의 방식, 물결을 읽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