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본 인간에 관한 물음
<철학적 인간학의 큰 장점은 초심자라도 대가의 도움이나 조언 없이도 자신만의 누적된 경험만으로도 얼마든지 모든 인간의 삶을 자기 주체적으로 자기 단계에 맞게 무궁무진하게 끝없이 매일매일 일관되게 여러 방면으로 줄곧 탐색할 수가 있다는 데에 있다. 모든 인간 삶들의 위대성과 왜소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료를 느낀다. 그러기에 약간의 수련만 거친다면 수필이나 (서사)시, 소설 등으로도 하나의 정경적(情景的) 장르를 만들어 접속이 가능하다.>
인간은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러한 근원적 물음은 철학의 탄생 이래로 반복되어 온 주제이며, 철학적 인간학은 이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명한다. 철학적 인간학은 단순한 인간의 정의를 넘어, 인간 존재의 총체성과 역사성, 그리고 세계 안에서의 위치를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은 인간을 하나의 객체로 대상화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현대 철학적 인간학은 20세기 초 독일에서 막스 셸러(Max Scheler), 헬무트 플레서(Helmuth Plessner), 아르놀트 겔렌(Arnold Gehlen) 등의 사상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들은 인간을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요소로만 파악하는 기존의 자연주의적 접근을 넘어, 인간 존재의 개방성, 가능성, 그리고 초월성을 강조했다. 인간은 단지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형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셸러는 인간을 “영적 존재”로 정의하며, 인간만이 가치에 대한 직관을 통해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본능의 지배를 받는 동물과 달리, 자유롭게 의미를 구성하고, 가치를 인식하며, 자율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이 단순한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의미를 묻는 존재’, 곧 “존재를 묻는 존재”임을 밝힌다.
헬무트 플레서는 인간의 이중적 구조, 즉 “자신을 초월하면서도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 주목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고 자신을 관찰하며, 동시에 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면서 자기를 형성한다. 이처럼 인간은 '세계 안에서의 실존'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질문' 그 자체이기도 하다.
또한 아르놀트 겔렌은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로서 문화를 창출하고 제도화된 세계를 만들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다. 인간은 본능이 부족한 존재이기에 제도, 사회, 언어와 같은 문화적 장치를 통해 스스로를 보완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취약성과 동시에 창조성은 인간의 독특한 본질을 드러낸다.
이렇듯 철학적 인간학은 인간을 고정된 정의로 규정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고, 자신이 던진 물음 속에서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열려 있는 존재’로 본다. 인간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되어가는 무엇’이며, 인간에 대한 물음은 언제나 미완의 과제로 남는다.
철학적 인간학의 입장에서 인간에 관한 물음은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인간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물음이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실존적 과제이다. 철학적 인간학은 이 물음에 대해 단일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물음을 우리 삶의 중심에 놓고, 각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에 응답하도록 이끈다.
결국 인간에 대한 물음은 곧 나 자신에 대한 물음이며, 우리가 어떤 세계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철학적 인간학은 이 깊은 성찰의 여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묻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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