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단풍은 낙엽을 수반한다.
(2025.11.24.(달), 연하게 맑음)
<편집자 주: 만추에 맞춰 한 편으로 몇 자 올립니다. 산문적 시라 별로 재미가 없네요. 그래도 저를 위하여 일독을 부탁합니다. ^^>

만추의 단풍을 바라보며 밀려오는 삭풍의 진동을 느낀다.
그는 아침마다 높은 아파트 작은 서재의 커다란 창가에 앉는다.
창안으로 들어오는 가을빛은 책상의 필기구를 비추고,
고요 속의 먼지조차 품위 있게 떠다니는 듯 느껴진다.
그는 10년 전의 가을을 떠올린다.
그때 그는 세상의 눈에는 품위와 안정을 갖춘 격조의 지인(知人)이었지만,
자연은 그에게 겨울을 준비하라는 은밀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올해도 깊어가는 시간이 맞춰 만추의 여유와 고요가 그를 습격한다.
서재에는 오래된 책들이 시와 소설과 수필과 어울려 정갈하게 꽂혀 있다.
진한 커피를 곁에 두고, 조용한 오전의 햇살 속에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일은
그동안 쌓은 습관과 품격이 주는 작은 사치다.
그는 지난 당시의 모든 것을 아는 대로 회상한다.
만추란 절정의 물오름의 화려함 속에서 차가운 다음을 준비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지난 시절의 열정과 활력은 여전히 그 빛이 여운으로 남아는 있지만,
그 아래에는 정적(靜寂) 속의 차가운 성찰이 필요하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는 이미 모든 역할과 명예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제 집착과 허영, 욕망을 내려놓았다.
그는 또 하나의 그 자신에게 묻는다.
“이렇게 비우면 허전하지 않은가요?”
그는 자신이 되어 말한다.
“허전함을 지울 순 없지만, 나름 참을 만 합니다.”
세월의 반추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과거의 선택들을 복기해 본다.
지난날의 과도한 경쟁심과 성취욕, 타인의 기대에까지 맞추던 습관도,
다행히도 이제는 자신을 단단히 지탱하는 힘으로 전환되었다.
아침의 고요는 그에게 침묵을 준다.
그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모습의 균형이 무엇인지 느낀다.
다시 봄을 기다리는 미학을 가질 수 있을까.
창밖의 바람은 만추로 차갑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기척이 있다.
찬바람 넘어 멀리서 밀려오는 봄의 진동,
그는 수도사처럼 단정하게 앉아 서재의 향속에서 커피의 따뜻함을 음미한다.
“나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웠는가?”
창밖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무수한 단풍 속에 스러져만 가야하는 낙엽을 느낀다.
고개 넘어 밀려오는 겨울을 아득히 느끼며 그는 천천히 또 하나의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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