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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세기적 절대 미남 알랑드롱(13): Alain Delon - Women Are Weak

leejw162 2025. 6. 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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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들롱 주연 영화 『여자는 약해요 (Les Femmes sont faibles, 1959)』

Alain Delon - Women Are Weak(제공: 나무위키)

 

프랑스 누벨바그가 한창 움트던 1950년대 말, 영화계는 변화의 조짐으로 들썩였다. 장-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 같은 감독들이 기존의 문법을 허물고 새로운 미학을 실험하던 바로 그 시기, 젊은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은 프랑스 대중문화의 상징처럼 등장한다. 『여자는 약해요 (Les Femmes sont faibles)』는 그런 격동기의 틈새에서 만들어진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알랭 들롱의 초기 연기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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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뉘앙스를 던진다. ‘여자는 약하다’ —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남성 중심적 편견의 복제라기보다는,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를 유쾌하게 전복하는 코미디적 장치다. 영화 속 여성들은 단순히 약하거나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남성보다 훨씬 더 능동적이고 교묘하게 사랑의 판도를 조율하는 주체로 등장한다. 영화는 이처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틀며, 당대 파리의 감성과 분위기 속에 관객을 초대한다.

 

알랭 들롱은 이 영화에서 단순한 미남 청년으로 나온다. 그의 역할은 깊은 철학을 담기보다는, 그저 시대의 로망이 된 청춘의 이미지로 기능한다. 카메라는 그의 눈빛과 윤곽을 탐닉하듯 따라가고, 들롱은 그 시선을 부드럽게 받아내며 관능적 매력을 발산한다. 후일 『태양은 가득히』나 『암흑가의 두 사람』 등에서 보이게 될 냉철하고 고독한 남성상과는 결이 다르지만, 바로 이 시기의 들롱에게는 풋풋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젊음의 에너지가 있다.

 

『여자는 약해요』는 큰 메시지를 전하려 하지 않는다. 인생의 비극이나 철학을 논하지 않고, 그보다는 청춘의 일시적이지만 매혹적인 순간들—사랑의 망설임과 유혹, 그리고 그 속의 기분 좋은 혼란—을 가볍게 포착한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일종의 샹송 같다. 멜로디는 달콤하고 가사는 약간은 장난기 어린 고백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시대적 한계도 분명히 드러난다. 성 역할에 대한 묘사는 당연히 현대의 기준으로는 불완전하며, 영화적 구조 역시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속에서, 그리고 알랭 들롱의 젊은 날의 순수한 화면 속에서, 우리는 한 시대의 감수성과 문화적 유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여자는 약해요』는 영화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문화적 풍경이다. 세느 강가를 배경으로, 청춘과 사랑이 엇갈리는 그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시간 속에 묻혀 있던 낭만의 한 조각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빛나는 젊은 알랭 들롱의 미소를 통해, 영화가 지닌 마법 같은 생명력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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