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및 교육

21세기 후반을 위한 '철학적 인간학'의 재정립

leejw162 2025. 6. 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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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후반을 위한 '철학적 인간학'의 재정립

제공: 재능넷

 

초록(Abstract): 철학 이후의 인간, 인간 이후의 철학을 준비하면서

<'철학적 인간학'은 본인이 서울대학교 교원연수원에서 1987년 8월의 도덕·윤리 1급 정교사 자격연수 180 시수 가운데 15 시수(1학점)로 사범대학 국민윤리과 진교훈 교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에 상당히 높은 철학적 감흥을 내내 느꼈지만 생계유지로 교사일에만 그냥 바쁘게 몰두하다 보니 내면의 잠재의식에서만 머물고 있었다. 그 후 두 군데의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철학교육을 전공했지만 철학적 인간학은 없었다. '철학적 인간학'은 생각보다 한국철학교육계에서는 멀리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년 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누구의 철학을 떠나 우리는 물론 나 자신의 철학의 본질을 찾으려면 바로 이러한 '철학적 인간학'에서 출발하여 귀결해야만 하는 듯하다. 이에 대한 노력의 일환으로 늦게나마 몇 자 올려 본다. 필요한 분들이 보고 참조해 주면 나로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21세기 중반을 넘어서며, 우리는 인간의 경계가 기술, 기계, 생명공학, 인공지능, 생태계와 복잡하게 얽히는 새로운 지성의 지형을 마주하고 있다. 본 논문은 철학적 인간학이 단순히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는 전통적 과제를 넘어서, *‘존재론적 조율 장치로서의 인간 개념’*을 재구성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음을 주장한다. 인간을 더 이상 고정된 본질이나 중심적 주체로 규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철학적 인간학은 해체 이후의 재구성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이 논의에서 근대의 고전적 인간학을 출발점으로 삼되, 포스트휴먼 철학, 기술존재론, 기계윤리학 등과의 대화를 통해 21세기 후반의 철학적 인간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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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인간학의 귀환과 미래적 전환

21세기 후반을 준비하는 철학은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20세기 후반기 이후 철학은 주체 비판, 인간중심주의의 해체, 탈이성주의 등의 흐름 속에서 인간 개념 자체에 대한 회의로 나아갔다. 그러나 포스트휴먼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인간을 말하지 않고는 오히려 철학이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역설의 상황에 봉착한다. 이는 철학적 인간학의 새로운 귀환이자,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존재론적 윤리학의 요청이다.

철학적 인간학은 지금, 존재론과 기술철학, 생태윤리, 포스트인간주의의 교차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단지 인간의 정의를 반복하거나, 인간 중심의 특권적 담론을 복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자명하지 않은 시대에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묻고, 새로운 ‘공존 가능성’을 탐색하는 철학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2. 전통 인간학의 유산과 한계: 셸러와 하이데거의 관점

막스 셸러는 인간을 “자신의 중심을 세계 바깥에 둘 수 있는 존재”로 파악하며, 가치 인식, 영성, 윤리적 판단 능력에서 인간의 고유함을 찾았다. 그는 인간을 자연의 연속선상에서가 아니라, 초월적 실재에 반응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고, 이를 통해 철학이 자연과학의 인간 이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존재의 개방성’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했다. 그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로 명명하며,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물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철학의 중심적 과제로 삼았다.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드러나는 장(場)이며, 존재의 의미를 여는 사건이다.

그러나 셸러와 하이데거의 인간학은 ‘고립된 개인’ 혹은 ‘의식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전제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 전제는 생태적 상호연결성, 기술적 혼성성, 그리고 비인간 존재자의 주체성이라는 오늘날의 논점에 필연적으로 부딪힌다.


3.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 기계, 기술, 생명 그 너머

21세기 중반 이후, 인간은 더 이상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주체로 규정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계산과 학습에서 인간을 초월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간의 생물학적 운명을 개조하며, 기후 위기와 생태 재앙은 인간의 행위가 전체 생명망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이 시대에 철학적 인간학은 다음의 질문을 직면해야 한다:

  • 인간은 기술과 어떤 방식으로 공진화(co-evolution)하고 있는가?
  • 인간은 동물, 식물, 인공물과 어떤 존재론적 연속성을 갖는가?
  • 인간의 윤리적 책임은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가?

이에 따라 철학적 인간학은 ‘고정된 인간’의 해체에서 멈추지 않고, *‘경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새로운 사유 틀을 구성해야 한다. 인간은 이제 기술, 동물성, 기계성, 생태적 조건성, 알고리즘적 조건들과 상호 형성되는 존재다. 인간은 더 이상 하나의 실체라기보다, 존재론적 조율의 현장이다.


4. 철학적 인간학의 미래적 구성: 탈중심적 인간과 윤리적 공존

포스트휴먼 사유에서 인간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소거되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 이후’의 인간 개념이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타자적 존재들과의 윤리적 공존 가능성을 물을 수 있을 때, 철학은 다시 인간을 사유할 수 있다.

**바르바라 노박(Barbara Novak)**과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는 각각 생태적 인간학과 탈주체 철학을 통해 인간의 분산적 존재를 말하며, 인간의 책임 윤리를 확장시킨다. 이들은 인간을 더 이상 ‘윤리의 주체’로서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관계망의 한 요소’로 재배치한다.

이는 철학적 인간학이 다음 세 가지 구성 요소를 반드시 갖추어야 함을 시사한다:

  1. 기술-존재론적 통찰: 인간은 기술과의 불가분 한 상호구조 속에 있다는 전제.
  2. 비인간-윤리적 전회: 동물, 기계, 생태계와의 관계에서 도출되는 윤리의 재구성.
  3. 탈고정적 존재 이해: 인간은 하나의 정체성이 아니라, 관계적 과정이다.

5. 결론: 인간의 위기에서 철학의 재탄생으로

철학적 인간학은 지금, 가장 중요한 전환의 경로에 서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되, 인간을 제거하지도 않는, 사이의 철학, 접속의 윤리, 조율된 존재론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이는 철학의 포기나 종말이 아니라, 철학의 갱신이다.

21세기 후반을 준비하는 철학적 인간학은 더 이상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은 누구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물음은 기술의 시대, 기후의 시대, 포스트인간의 시대에서 철학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물음이다.

철학적 인간학은 다시 철학 그 자체로 귀환한다.


참고문헌(Bibliography)

  • Max Scheler, The Human Place in the Cosmos
  • Martin Heidegger, Sein und Zeit
  • Rosi Braidotti, The Posthuman
  • Donna Haraway, Staying with the Trouble
  • Bernard Stiegler, Technics and Time
  • Katherine Hayles, How We Became Posthuman
  • Gilbert Simondon, On the Mode of Existence of Technical Objects
  • Bruno Latour, We Have Never Been Mod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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