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세계(20):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망루(1958)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망루(1958)
불가능한 시선, 끝없는 질문 — 에셔의 〈망루〉에 부쳐
M.C. 에셔의 1958년작 〈망루〉(Belvedere)는 한눈에 보기엔 조용하고 질서 정연한 풍경이다. 그 중심에는 돌로 된 고전적인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고, 주변에는 그 건축물을 오르는 사다리, 무심히 앉아 퍼즐 조각을 들여다보는 인물, 그리고 인도적인 표정을 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곧 우리는 이 그림이 보여주는 세계가 실제의 규칙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시선은 위로 올라가고, 곧 구조의 모순을 마주하게 된다. 에셔 특유의 불가능한 기하학이 그림 속 현실을 미묘하게 비튼다.
그림 속 망루는 로마 시대 유적을 연상시키는 돌기둥과 아치 구조를 지녔지만, 이 구조는 실제로는 지어질 수 없는 건축이다. 기둥은 분명히 3차원의 공간 안에 서 있으나, 위층의 발코니는 아래층 기둥들과 일관된 공간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위층 난간이 아래층과 연결될 수 없는 위치에 존재함에도, 우리의 뇌는 그것을 ‘가능한 구조’로 받아들인다. 망루는 그 자체로 눈의 환각이자, 이성의 도전이다.
에셔는 수학과 예술의 접점에서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그는 〈망루〉를 통해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세계’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그림을 처음 접할 때 느끼는 직관적인 안정감은, 분석이 개입하는 순간 산산이 부서진다. 마치 철학자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외쳤을 때와 같이, 에셔는 “나는 본다, 그러나 그 보이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망루 아래, 사다리에 기대 앉아 이상한 기하학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는 남성이다. 그는 ‘불가능한 입체도형’을 조합해 보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펜로즈 삼각형의 초기 형태와 유사하다. 이 남성은 마치 에셔 자신의 자화상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 관람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처럼, 이 불가능한 구조를 앞에 두고 조각을 맞춰보려 애쓰는 존재다.
에셔의 세계는 무미건조한 논리의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는 고요한 유머와 인간적인 성찰이 깃들어 있다. 그는 단순히 기하학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인식의 틈, 상식과 진리 사이의 균열을 시각화했다. 우리의 사고는 때때로 그 균열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지만, 에셔는 그 균열에 빛을 비춰준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당신이 보는 것은 진짜인가?"
〈망루〉는 하나의 도전장이다. 지각이 얼마나 기만적인가, 세계를 구성하는 질서가 얼마나 불확실한가를 우리에게 고한다. 그것은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신비, 예술이 붙잡고자 하는 실재 너머의 실재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망루의 한켠에 앉은, 퍼즐 조각을 만지작거리는 자는 오늘도 거기에 있다. 어쩌면 그게 우리다.